김정환 퓨리나 양돈지역부장
일인불과이인지(一人不過二人智)’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은 두 사람의 지혜를 넘지 못한다’, 즉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함께 고민하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모이는 관계를 보면 사공이 많으면 일이 많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도 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꿈꾸고, 함께 지혜를 모아가면서 10년을 꾸준히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한돈농가가 있다.
10년.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 긴 시기이기도 하고, 한돈 사업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지난 10년간 희로애락이 다 담기는 긴 시기이기도 하다. 필자의 고객인 퓨리나 함평한돈그룹은 함께 꿈을 꾼지 10년이기도 하다. 2008년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 6개 농가가 뜻을 함께 하는 함평한돈그룹은 오늘도 진행형으로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 매월 거의 빠짐없이 모이고 있고, 사육두수 변화를 보면 6천두로 시작해서 현재는 1만5천두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2018년 기준으로 출하 2만5천두를 하고 있고, 생산성은 평균 MSY 21.8두를 기록하고 있어 대한민국 평균 한돈농가와 비교해도 상당히 우수하다. 함평양돈그룹이 위치한 지역적인 입지의 한계점으로 인해 개별 농장당 규모는 크지 않지만, 퓨리나 WSY 2500 위너스클럽에 4개 농가가 선정되는 만큼 생산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임을 자부하는 양돈 장인들이다.
<사진 1> 함평한돈그룹 생산성 가치(한돈농가 평균과 비교)
<사진 2> 함평한돈그룹 WSY 2500 수상자들
탄탄한 가족 경영을 바탕으로 단결력 보여줘
함평한돈그룹 농가들은 규모화, 시설현대화가 많이 된 대규모 농장들은 아니다. 대부분 부부가 함께 농장 일을 하고 가족중심이 되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만큼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뛰어나다. 직원수도 많지 않다 보니, 하나하나 가족처럼 챙긴다. 그래서인지 농장의 외국인 직원들도 비교적 오랫동안 근무를 하여 농장에서 숙련된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가 있다. 농장의 이런 팀워크가 농장 생산성의 원동력이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실천하고 있다.
이런 가족경영 마인드는 단순하게 농장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농장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도 가족처럼 챙기며, 주변의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는 관계를 만들었다. 돼지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돼지를 잘 치료하고, 잘 먹이고, 잘 출하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가축약품, 출하기사까지도 챙겨서 모두 농장의 우군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에 10주년을 맞이해서 이런 분들을 함께 모셔서 식사도 하고 감사패도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농장이 잘 성장하는데는 이런 탄탄한 단결력이 한몫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3> 함평한돈그룹 단체모습
<사진 4> 함평한돈그룹 우수협력업체 표창 수여
뚜렷한 목표 설정과 지속적인 점검
함평한돈그룹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매년 전체 함평한돈그룹은 목표를 같이 세우고 농장별 세부 목표도 서로 나누면서 약속을 한다.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 스위치가 켜치고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성취하려는 힘이 현실이 되어간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모여서 월례회의, 경영 분석회의를 가지며 이 목표들이 잘 가고 있는지, 어떤 점이 어려운지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나간다. 농장 일이 바쁘다 보면 정기적인 회의가 소홀해지기 쉽지만 이 부분은 꼭 지킨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서 여러 정보도 듣고 농장 상황도 계속 함께 나누면서 서로 농장의 개선점을 공유해 나간다. 물론 이 바탕에는 함평한돈그룹 사장님들 사이에 신뢰가 있다. 농장의 내부 어려움을 내놓기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고치고 배워나가고,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맘을 내놓고 같이 하고 있다.
<사진 5> 함평한돈그룹 목표수여식
현실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미래 준비 마인드
빈 컵에 물이 반이 남아있을 때 ‘반이나 남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밖에 안 남았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함평한돈그룹은 지역적으로 규모를 확장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적인 약점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이 어쩔 수 없지라고 포기하고 있는데서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농장을 그만둬야지 하고 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진 6> 함평한돈그룹 시설 증개축
퓨리나 함평한돈그룹은 조금 다르다. 현실적인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략 방향을 잡았다. 돼지를 더 잘 키우고 밀사를 방지하기 위해 출하가 지연되지 않도록 농장 관리를 철저히 한다. 또한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일부 돈사를 증축하는 쪽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사진 7> 농장관리 기본-소독약은 가득히
<사진 8> 농장관리 기본-돈사안 조명은 밝게
<사진 9> 농장관리 기본-쿨링패드로 시원하게
<사진 10> 농장관리 기본-방목 운동장으로 건강하게
농장의 기본에는 양보가 없다
돈사 입구에 들어가는 문 앞에는 방역 발판이 놓여져 있다. 발판에 소독약이 늘 충분히 있도록 꼼꼼히 챙기고 반드시 외부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인 소독과 방역에 애쓰고 있다. 돈사의 조명도 밝게 늘 준비하고 전열등도 깨끗이 닦아주어 돈사 안의 환경을 밝고 환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설 보수도 완벽하게 하여서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직원과 돼지가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여름철을 대비하여 전 돈사 쿨링패드, 에어컨, 선풍기들을 이용하며 쾌적한 환경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장의 뿌리인 모돈 관리 부분에서도 돼지 방목 운동장과 모돈 전용 선풍기로 모돈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활력을 증진시키고자 투자하고 있다.
<사진 11> 함평한돈그룹 미래를 준비하는 2세 미팅
10년을 돌아보며 함평한돈그룹은 또 다른 꿈을 함께 그리고 있다. 내실있게 경영하고, 함평한돈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고 안정적인 2세로 가업승계를 이어가서 농장 100년의 꿈을 준비하는 것이다. 혼자 꿈을 꾼다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꿈꾸는 이들에게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한돈인을 응원합니다!
이 컨텐츠는 월간한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