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장

인사이트줌

 Hog Farm Insight zoom

"사람이 먼저면

자돈도 건강해진다"

 

 

퓨리나 철원 특약점 길도형 소장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깨는 경칩이 얼마 전에 지났다. 이른 아침에 강원도 철원의 길을 달리다 보면 낮게 안개가 자욱하다. 봄이 가까워지면 이 안개 사이에서 봄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얼마 전에 철원에서 아침 현장을 가는 길에 인사하고 지내는 농장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지역 한돈 농가로 육성사에 돼지들이 계속 배알이를 하고 설사하고 성장이 더디다고 한숨 섞인 고민을 토로해왔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해봤는데 개선되지는 않고 답답한 마음에 길 소장에게 하소연 하려고 전화하셨다고 했다. 요즘 돈가도 떨어지는데 농장의 생산성에 문제가 생기니, 차가운 아침 안개처럼 그 농장 사장님은 지금 안개 속 길처럼 답답했던 것이다.

<사진> 안개처럼 자욱한 농장 현실

오며 가며 인사를 드리는 이 농장은 거래처는 아니지만 가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전화를 주신다. 그래도 가끔 전화 주시고 농장 가면 커피 한잔 같이 하면서 농장 고민을 서슴없이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무거워 거래처 다녀오는 길에 농장을 들려보니 지난 겨울 동안 돈사에 결로와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돼지들도 균일 하지 않고 농장 상황은 제법 악화되어 있었다. 농장 사장님과 환기 입기를 다시 잡아보고 팬과 덕트 작업을 새로 했더니, 눈에 띄게 돈사 내부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환경이 쾌적 해지니 돼지들도 설사가 줄고 사료도 잘 먹어서 증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당장 사료 거래를 하시는 농장은 아니지만 필자를 믿어주고 농장 고민을 같이 해결하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농장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첨단 과학문명 시대에도 중심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다산성 모돈이 도입되고 번식이 개선되어 농장의 산자수는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산자수가 늘어나면서 생시 체중이 저하되고 포유가 제한되어 현장에서는 자돈들의 질병 저항력이 약해지고 폐사율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농장의 수익과 직결되는 출하일령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중심에도 역시 사람이 있다. 생각을 어떻게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에 민감한 자돈에게 큰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때는 어미를 떠나 낯선 환경으로 이동하는 이유기, 이를 전환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고, 돼지를 편안하게 기를 수 있는 길이다. 

<사진> 자돈 전환기 스트레스 요인

무용지물인 백신이 안되려면 직원 관리를

이유 후 자돈 폐사율이 높아지는 농장을 보면 백신 접종이나 사양관리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양돈 농장에서 자돈 백신은 거의 외국인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는 사람 관리, 두번째는 정확한 백신 접종이다. 먼저 돼지에게 하는 백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꼼꼼히 관리를 해야 한다. 외국인 직원들과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는 않아도 눈짓 발짓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된다.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사람 마음은 같아서 직원들을 믿어주고 정확하게 작업 지시를 하면 백신접종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접종 효과는 물론 돼지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필자는 농장을 들어가면 외국인 직원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관리를 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 없이 칭찬을 한다. 그리고 백신은 전용 냉장고에 적절한 온도에서 잘 보관하고, 전용 주사기로 깨끗하게 잘 관리하여, 자돈 상태를 보면서 백신 시기를 잘 선택해서 진행해야 제대로 백신의 효력을 다할 수 있다. 백약이 무효하지 않도록 백신을 주사하는 직원들을 먼저 관리하도록 해주시기를 부탁하고 싶다. 

한달 출하를 당기는 영양

자돈이 스트레스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사료 섭취량이 줄기 마련이다. 초기 성장은 출하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가을 자돈 구간에서 섭취량에 고민이 많았던 농장에서 연락을 주셔서 마침 신제품 자돈 사료가 출시 되어서 비교 시험을 실시했다. 필자를 믿어주시고 농장에 시험 사양을 하게 해주시니 감사도 했고 좋은 결과로 보답도 해드리고 싶었다. 25마리 돈방 두 동을 선택해서 사료 효율, 사료 섭취량, 일당 증체를 척도로 두고 시험을 했다. 같은 조건인 돈사 내에서 10일간 진행했던 비교 시험 결과, 새로 출시한 갓난돼지 제품을 급여 했을 때 사료 효율과 섭취량, 증체량에서 뚜렷한 개선이 있었다.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했고, 특히 비교군에서 개시 체중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체가 3배 늘고, 사료효율로는 2.31과 1.07로 큰 변화를 얻게 되었다. 자돈 시기에 맞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은 자돈은 섭취량도 꾸준히 늘었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잘 이겨냈다. 

<사진> 자돈 사료 비교 시험 결과 (M 농장)

<사진> 자돈 체중 측정 사진

이번 농장에서 시험 사양을 하면서 지대로 부어서 사료통을 관리 하기를 권장하였다. 실제 농장 마다 관리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다. 절식을 해서 사료통을 1시간 정도 비워서 더 잘 먹게 하기도 하고 사료를 충분히 떨어지지 않게 두어서 관리를 하기도 한다. 각 농장 상황에 맞게 이 부분을 조정하면 된다. 실제로 갓난이 사료를 적용하여 초기 자돈 성장을 극대화 하고, 필자가 현장에서 농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서 출하를 1달 가까이 당긴 농장도 생겼다. 이를 통해 사양가는 초기 영양이 출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충분한 음수와 쾌적한 돈사 온습도 관리

농장에 들어가면 먼저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방역이나 사양관리에 대해 농장 관리 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분들이 농장을 제일 잘 아시는 분이고 설령 조금 관리가 미흡하다고 해도 그 농장 직원분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셔야 농장에서 생산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돈사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서 농장 직원분들과 같이 다니면서 점검을 해본다. 종합병원 신생아실에 가면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온도 습도 관리이다. 자돈들도 똑같다. 각 농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온도는 29°C, 습도는 50~70%를 맞춰 유지해주어야 한다. 습도는 사료 흐름성과 관계가 밀접하다. 습도가 너무 높아지면 사료 내림이 어려워져 원활하게 사료 공급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섭취량 저하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음수 역시 자돈사에서는 반드시 챙겨야하는 부분이다. 기본 관리이지만 실제 농장을 들어가서 보면 음수통에 물이 충분하게 있지 않고, 음수라인 벨브 연결에 문제가 있어 졸졸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니플을 점검해서 충분한 양의 물을 자돈들이 공급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음수의 중요성은 굳이 필자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모든 농장에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진> 자돈에게 음수는 중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퓨리나 철원 특약점 장영규 사장님은 항상 이렇게 조언을 해 주신다. “사람을 중요시 해라. 사람 간의 신뢰가 먼저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나머지는 함께 따라오고 농장도 탄탄해지고 농장 직원들을 포함해서 많은 주변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다. 필자는 철원 지역에서 십여 개 농장을 다니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늘 함께 하는 분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 간에 서로 중요시하고 손발이 잘 맞아야 사업도 농장도 잘 굴러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수어지교(水魚之交).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후 서로 마치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서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상호보완을 했던 것이다. 필자가 꿈꾸는 한돈 농장에서 우리가 그러했으면 한다.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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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텐츠는 월간한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