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장

인사이트줌

 Hog Farm Insight zoom

"금쪽같은 자돈!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이태호 퓨리나 양돈판매부장 

 

6개월간의 짧은 불황의 시기가 지나고 국제 돈육시세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고점은 물론이고 이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이제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내 돈사 안에 잠자고 있는 자돈들을 바라보자. 정말 금쪽같다고 표현해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농장들이 이 자돈 구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겨울철 유행했던 PED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농장들이 이 자돈 구간에서 위축돈 발생과 성장률 지연, 설사 문제에 폐사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질병으로만 생각하기가 쉽다. 따라서 항생제를 바꿔보거나 첨가제를 조금 더 써보는 방향을 고려해 보기가 가장 쉽다. 특히 약품회사와 이러한 상황을 공유한다면 분명 주사제나 첨가제를 바꿔보라고 권유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정확히 인식하는 단계를 거쳐 간단하게 사양관리 방법을 변화시켜 주면 어느정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대단한 시설투자가 아닌 간단한 조치로 말이다.

1. 자돈 체중을 자세히 보자.

매주 새롭게 이유한 돼지를 그냥 넣고 빼다 보면 자돈은 항상 그냥 자돈일 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농장에서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매주 이유한 자돈의 체중을 잰다. 전체두수도 필요 없다. 이번 주 이유자돈을 대표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두수라면 충분하다. 가능하다면 대(大) 중(中)소(小)의 비율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자돈은 그냥 자돈이 아니라 어떠한 숫자를 가진 자돈이 된다.

<사진 1> 이유자돈의 체중 확인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매일같이 보는 돼지이기 때문에 눈으로만 봐도 대충 체중을 가늠할 수 있지만 이를 숫자로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유자돈의 상태에 따라 자돈 구간의 폐사율은 물론이고 육성사 전입체중에 영향을 미치며, 최종적으로는 출하일령에까지 영향을 줘 수익성에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

<사진 2> 육성사로 이동할 자돈 체중 확인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육성사로 이동할 자돈의 체중까지도 한번 더 재보자. 17kg 내외의 자돈이라 조금 힘들고 번거롭겠지만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 노력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그리고 나서 거래 사료회사에서 제안한 프로그램 및 성장률과 비교해 보자. 중요한 것은 사료회사에서 제안한 프로그램 및 성장률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이는 농장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도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체중의 자돈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많은 농장들이 목표로 하는 체중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점은 이러한 농장들이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 익숙해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체중을 재보면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개선을 위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자돈사 환경을 자세히 보자.

우리나라의 자돈사는 대부분 인큐베이터를 많이 사용하면서 사육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농장들은 옛날 방식의 자돈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필자는 이 자돈사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첫번째가 샛바람 관리이며, 두번째는 온습도의 관리라고 생각한다.

자돈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환기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만약 피트 배기휀이 설치되어 있다면 그것만 운영해도 환기량이 충분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일부 농장에서는 온도를 잡는다는 이유, 또는 신선한 공기를 넣어준다는 이유로 배기휀을 과하게 운영할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바람은 자돈에게 쥐약이라는 것이다. 누가 벌거벗고 있는 아이에게 선풍기를 돌리는가? 바람만 잘 막아도 반 이상은 성공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나서 온도를 살펴보자. 우리 농장들이 많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유할 때 30도, 1주일마다 1도씩 내린다’로 알고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하고 동떨어진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사진 3> 자돈사의 포근한 환경을 위해 설치해준 라디에이터

분명한 것은 배기휀 컨트롤러에 달려 있는 센서로는 돈사 전체의 온도를 읽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센서의 노후화로 인하여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기도 한다. 검게 그을린 센서를 보면 필자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간다.

<사진 4, 5> 다양한 온도를 가지고 있는 자돈사

내 돈사 안에 있는 돼지들이 정말 금쪽같다면 자식을 돌보는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시중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적은 비용으로 자돈사의 온도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내 자돈사에 맞는 환기를 설정하고 관리해보자. 환기에 정답은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내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꼭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3. 자돈들의 먹는 모습을 자세히 보자.

자돈들이 잘 크려면 무엇보다도 잘 먹어야 한다. 많이 먹어야 많이 크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특히 이 자돈 구간은 사료요구율(FCR)이 1.2 내외로 먹으면 먹는 대로 큰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육성돈의 사료요구율에 비하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어떠한 농장들은 이 자돈들에게 사료를 먹이는데 꽤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다는 문제다. 최근 자돈 사료로 필자가 사양 시험을 진행하면서 꼼꼼히 보고 깨달은 바가 있다. 자돈 사료는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고, 설사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하고, 제품 성상도 체크해 봐야 한다.

<사진 6> 같은 양의 물에 섞었을 때 다른 자돈 사료 성상. 왼쪽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제품을 잘 체크하고 사양실험을 했는데 제한급이 농장에서는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자돈 사료를 먹는 자돈들이 설사를 하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아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차분히 앉아서 자돈들을 좀 더 자세히살펴봤다. 이유체중의 상태도 양호했고, 자돈사의 환경도 충분히 좋았다. 다만 필자의 눈에 띄는 것은 자돈들이 지나치게 경쟁을 하며 사료를 먹는 상황뿐이었다. 순간 자돈들이 경쟁하지 않고 편하게 사료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7> 시간대별 바가지 횟수로 제한급이

바꾼 것은 그뿐이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많이 먹을 수도 있지만 많이 먹는게 설사를 유발하는 게 아니라 불편한 식사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료를 항상 급이기에 충분하게 놓아준 결과 거짓말처럼 설사가 사라졌다. 같은 제품의 사료를 주는 상황이었지만 주는 방법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진 8> 사료를 부어줄 때마다 경쟁하는 자돈

<사진 9> 편안하게 잘 먹고 잘 크고 있는 자돈들

필자는 이밖에도 자돈들을 위해 챙겨봐야 할 사항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단 한가지는 우리 자돈들을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올 여름이 되면 아픈(?) 마음으로 떠나 보내야 하지만 지금 이 자돈들이 올 여름 정말 큰 수익으로 보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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