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장

인사이트줌

 Hog Farm Insight zoom

 "양돈장요?

천사 하은이의 선물이죠"

 

충남 홍성 하은농장 박종권 대표

 

한낮 기온 35도를 넘나들던 뙤약볕이 내리쬐던 날. 충남 홍성군 소재 ‘하은농장’ 입구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파고 든다. 한여름의 양돈장은 돼지도 사람도 힘든 날씨임에는 분명하구나 생각할 때 쯤 저 멀리서 누군가 어서 은행나무 그늘 밑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한여름 더위에 체면 무릅쓰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니 중년의 한 여성이 웃으며 서울에서 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준다. “종권이도 곧 올 거유. 지금 한창 돈사를 쭉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이라 양해 좀 부탁해유. 저는 종권이 어머니여유.” 기다리는 잠시 동안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자랑을 연신하신다. 어렸을 적부터 양돈장 일을 돕고, 어린 나이에 부모를 대신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정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는 것이다.

한창 어머니와 얘기를 나눌 즈음 박종권 대표가 모습을 보였다. 듬직한 체구에 수줍은 미소를 가진 박 대표는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했다며 시원한 물을 기자에게 하나 건넨다. 더위에 마신 생수는 꿀맛이었다. 작은 배려심에 감복하며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고 방역 과정을 거친 후 농장 내 사무실로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박종권 하은농장 대표는 깨끗하고 청결한 양돈장 운영을 통해 한돈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여느 후계자와 달리 농장을 일찍 승계 받았다. 빠른 승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박 대표가 어릴 적부터 농장 일에 관여했고, 부모님 및 누나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하은농장’을 직접 대표로 등록하고, 양돈업을 시작했다. 이 때 박 대표의 나이 23살에 불과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농장명 ‘하은농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박 대표는 ‘하은농장’의 하은이는 바로 15살 터울의 막내 동생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농장 환경 및 각종 가정사로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하시던 중 넌지시 새로운 가족 입양을 하면 어떨까하고 물어오셨다”며 이 때 어린 마음에 고민이 많았다한다. 마침 그 당시 청소년이었던 박 대표는 장애우 시설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몸이 약하고 마음도 아픈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이 때 박 대표는 어머니에게 당시 봉사활동을 다녀와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아프고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를 입양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어머니도 동의하고, 이에 모자는 당시 세계적인 희귀병을 가진 아이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하은’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병원 말에 따르면 하은이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몸은 힘들지만 박 대표 가족의 정성 어린 사랑과 보살핌 끝에 올해 20살 성인을 맞았다한다.

박 대표는 23살 이른 나이에 가족과 함께 양돈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었다. 몸이 아픈 하은이를 위해 대학생 봉사단이 어느 날 하은농장을 찾아왔다. 운명적인 것은 이날 찾아 온 대학생 봉사단에 미래 부인이 될 사람이 있었다는 것. 어머니는 하은이를 대하는 봉사 학생(후에 며느리가 됨)의 정성에 깊게 감탄하게 되면서 며느리로 삼고자 박 대표를 만나볼 것을 권유, 둘은 자연스럽게 하은이를 계기로 만남을 이어가면서 결국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된다. ‘하은’이가 양돈업 시작의 계기이자 미래의 배필을 만나게 이어준 오작교 역할도 한 복덩이였던 것이다. 이 같이 박 대표 및 그의 가족에게 ‘하은농장’은 새로운 가족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가족이 형성된 ‘삶’ 자체였다. 이렇게 하은이를 입양하고 나서 ‘하은농장’은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하은농장의 농장 경영 방식은 선진국 못지 않다. 농장 운영 초기는 가족 경영 형태였다. 모돈 100두 규모서 250두로 늘리면서 큰 누나와 같이 양돈을 하다 큰 누나는 결혼 후 동생에게 농장을 일임하고 떠났다. 의지하던 누나가 떠나자 사료회사 지역부장이 빈자리를 대신했다. 적극적으로 사료회사의 사양 관리 컨설팅 도움을 받고 박 대표의 성실함의 노력까지 배가되면서 현재는 모든 돈사를 최근 새로운 돈사로 개축하면서 모돈 700두 농장으로 확대했다.

거래하는 사료회사 지역 부장은 농장 운영의 조력자이자, 때론 친구같은 이제는 없어선 안 될 파트너가 됐다.

박 대표는 “기존 돈사 개축을 통해 돈사는 물론, 지속 가능한 양돈을 위해 정화방류시설, 울타리등 방역과 분뇨 관리에도 통 큰 투자를 실시했다”며 “특히 냄새 관리 시스템 저감에 신경썼다”고 강조했다. 농장 도착했을 당시 기자의 코에 농장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바람에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냄새 저감 비결은 무엇보다 박 대표의 깔끔함에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이 농장 상당히 깨끗하고 정돈이 잘 돼 있다는 것이었다. 농장을 한 바퀴 휙 둘러봤지만 농장에 흔한 돼지 똥 한번을 보지 못했다. 또한 이 농장은 각종 축산차량으로 인한 질병 확산 차단을 위해 오염지역과 비오염지역으로 구분, 차량 입구와 출구 동선을 달리하는 등 방역적 측면에도 박 대표의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축산차량은 철저한 방역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출입할 수 있으며, 차량 동선은 일방통행으로 구성해 오염지역과 비오염지역을 구분했다.

이 같이 깔끔함과 방역의 완벽함을 추구하게 된 배경은 주변 이웃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아량이었다. 그는 양돈장 특성상 바로 옆에 도로가 있고, 맞은편에 민가가 있기 때문에 냄새 문제는 예전부터 민감했다며 양돈장하면서 최소한 이웃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나 같아도 옆에 냄새가 나는 농장이 있으면 싫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돈사 바깥 외 돈사 안도 깔끔함을 유지한다. 2년 전 돈사 유지 보수 및 신축을 통해 깨끗한 돈사를 지속 청소, 정리하며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하은농장은 질병이 없는 청정 농장으로, 6년전 PRRS가 불청객처럼 찾아 왔지만 현재는 컨트롤되면서 하은농장에서 질병은 잊어버린 단어가 됐다. 특이점은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100%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돈사에서 냄새가 나면 사료에서도 냄새가 나 돼지들의 사료 효율이 떨어진다. 사람이나 돼지나 깨끗한 환경을 좋아한다. 사람이 돼지와 같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관리하고 있어 이러한 환경에서는 질병도 고개를 내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에서 돼지는 쑥쑥 자라난다. 농장의 모돈 평균 이유두수는 줄 곧 12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WSY 2500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상위 1% 농장이었다.

그는 비결에 대해 “자돈 초기 성장에 올인, 대용유 급여 보다 입질사료를 실시하는 것이 특이점이다. 다산성 모돈을 농장에 도입했다. 평균 총산자수는 15두, 이유두수는 12.5두하고 있다. 다산성 모돈이기에 간호분만을 통해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산성 모돈은 확실히 산자수가 많은 반면 산차가 고산차로 접어들수록 지제가 약해져 농장 평균 산차를 최대 5산차 이내로만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라 말한다.

하은농장 이유두수 현황

이 같이 박 대표는 양돈 고수 못지 않는 양돈 사양 관리와 양돈장 시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돈산업의 기반을 갖췄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냄새, 환경 관리는 자신있다. 이제는 돈가가 안정되고, 여기서 폐사율을 줄이고 생산성만 더욱 높인다면 내 가족, 내 직원들이 농촌에서 힘든 돼지를 키우는데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그리고 질병 없이 자란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30대 박 대표의 어깨에 대한민국 양돈 짐도 얹혀있다. 그의 지속 가능한 양돈업 구현은 바로 한돈산업의 지속가능함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밝았던 그의 표정이 한국의 양돈산업의 미래도 밝게 비추고 있다.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한돈인을 응원합니다!

이 컨텐츠는 양돈타임스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