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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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반기 한돈 생산 동향에 따른 농장 경영관리 방안은?"

 

 

카길애그리퓨리나 양돈마케팅 이일석 이사

 

고색창연한 가을 하늘이 황금들판과 맞닿아 한 폭의 명화를 만들어 내는 10월은 일년 중 가장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다. 농가들도 이 맘 때를 천고돈비(天高豚肥)의 계절이라고 표현했으니 여름의 폭염에 제대로 먹지 못했던 돈공들이 서로 뒤질세라 사료를 먹어 치우는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과연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농장이 얼마나 될까?! 올 여름 폭염 속에 태어난 자돈들이 가을을 지나면서 호흡기 폭탄 테러리스트가 되어 매일 농장주를 괴롭히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게다가 강 건너편에서는 계속해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ASF(아프리카 돈열)가 자칫 불똥이라도 튀는 날엔 한돈산업도 잿더미에 올라앉게 될 터라 농가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전세계 돼지의 절반을 사육하고 있는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ASF가 앞으로 국제 돈가에 미치게 될 영향은 사실상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SF의 사정권에 가깝게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는 쪽박이거나 아니면 대박이라는 소리가 결코 우스갯 소리가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 대한민국 한돈산업은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을 매달고 금광을 향해 떠나는 골드러시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골드러시 열차는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고 어떻게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고에서는 최근의 한돈농가들의 생산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농장의 경영관리 방향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한돈농가의 생산 동향 분석

최근 2/4분기 통계청 발표를 기준으로 볼 때 한돈 사육두수는 11,303,750두로 전년 동기보다 약 1%P 증가한 반면 농가수는 6,195호로 2.5% 가량 감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올 7월까지 도축두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 증가되었고 전례 없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 사료생산량이 4.3%가 늘어나 사육두수는 더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프1) 돼지 사육두수와 농가수의 변화

래프2) 돼지 도축두수의 변화

좀 더 세부적으로 올 상반기의 사료 생산량을 보면 어린 돼지 사료가 줄어든 반면 육성 비육돈 구간과 번식용 암퇘지 사료가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포유돈 사료 생산량도 소폭(3.3%) 늘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임신돈 사료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하여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료 생산량으로 짐작해 볼 때 농가들은 전년도 대비 올해 사육두수가 늘어나면서 사료 프로그램을 다소 앞당겨 급여한 것으로 보이며 임신돈 사료 생산량은 줄어드는 대신 후보돈 사료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모돈 갱신율과 후보돈의 육성기간이 증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단기적으로 도축두수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지표인 포유돈 사료 생산량은 전년대비 3.3%가 늘어 하반기 출하두수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10개월 이후의 도축두수를 반영하는 지표가 되는 임신돈 사료의 생산량이 줄어든 점과 올 여름의 수태성적이 저하된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 말에나 가서야 도축두수가 증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1) 연도별 양돈 사료 품목별 생산량 현황

한돈팜스 분석 결과를 보면 농가수가 다소 감소하였고 모돈수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며 나머지 성적 지표를 보더라도 과거에 비해 특별히 개선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올 초 PED가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한돈팜스 분석의 산자수나 이유두수를 볼 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더위가 심했던 올 6~8월의 도축두수도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2.3%가 증가한 점을 보더라도 PED의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표2) 최근 1년간 한돈팜스 농가 경영 분석(’17.8월 ~’18.7월)

농가들의 돼지 출하체중도 매년 증가되는 추세에 있고 역대 가장 무더웠던 올 여름에도 예년에 비하여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출하체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은 고돈가의 영향으로 풀이되며 도축두수 증가와 더불어 국내산 돈육의 총 공급량이 올해에도 크게 늘어나 소비 기조가 계속해서 견고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3) 돼지 출하체중의 변화

돈가는 지난 해 보다는 약 150원/지육 kg 가량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4년간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높은 돈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최근 사료 가격의 인상, 분뇨처리비와 인건비, 위탁 사육비 등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하여 농가의 돼지 마리당 수익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프4) 지난 4년간 돈가의 변화

2018 하반기 농장 경영관리 방안

올해 하반기도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4/4분기에 접어들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중국의 ASF(아프리카 돈열) 영향으로 향후 세계적인 돈가 상승을 지속적으로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국제 돈가와 돈육 선물 시세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농가들은 아마도 내년 역대 최대의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향후 농장 경영관리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철저한 차단방역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도 ASF가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시간의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칫하면 대박의 기대는 쪽박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차단방역에 대한 경계 수준을 높게 유지해 주어야 한다. 특히 중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고 중국인 농장 직원들 역시 철저한 교육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사료 첨가제에 대한 안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료가 포함된 음식물의 찌꺼기를 개에게 먹이거나 아무데나 버릴 경우 야생동물을 통한 질병 전파의 가능성에 유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차량의 유기물을 완벽하게 세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소독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동절기에 세척을 통한 유기물의 농장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차량의 이동로와 사람의 동선을 달리하고 돈사 외부용과 내부용 장화를 구분하여 바이러스의 돈방 내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진1) 유기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몸통 방역

2) 과감한 도태와 갱신

우리나라는 MSY뿐만 아니라 PSY도 제자리 걸음을 한지 오래다. 산자수가 높아져도 손실이 많아져서 결국 실질적인 성적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것은 바로 모돈의 정예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산차에 따른 PSY 성적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노산 모돈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프5) 산차별 PSY 성적(모돈 136,609복 분석 결과)

위 그래프는 퓨리나 스마트돈컴 전산 입력 농가들로부터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의 모돈 136,609복에 대한 산차별 성적을 분석해 본 것으로 6산 이후에는 PSY 성적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우수한 모돈도 우리나라의 사양관리 환경 하에서 6산이 넘어가게 되면 기대 수준의 성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초산돈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 7산 이상 모돈은 PSY에서 무려 3.4두나 뒤떨어지고 있어서 노산 모돈에 대한 과감한 도태 갱신을 통해 훨씬 좋은 수익성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박을 기대한다면 과감한 투자와 실천을 게을리 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항상 제자리 걸음을 반복해 오고 있는 후진국형 양돈의 불명예도 이제는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2) 노산 모돈의 과감한 도태

3) 자돈 생존율의 개선

대한민국 양돈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시대’이다. 다시 말하면 후진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양돈 선진국 덴마크는 국가 평균 총산자수가 18두에 달하는데도 이유 시까지 자돈 총산 생존율이 80%에 가까울 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10%의 농가가 총산자수 14두 정도의 꽤 높은 번식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자돈 총산 생존율은 80% 수준으로 산자수가 훨씬 많은 덴마크의 평균과 비슷하다.

번식돈에 대한 분만 전, 후의 영양 생리와 관리 기술을 터득하여 이러한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시대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유 후에도 출하 시까지 15%에 달하는 높은 폐사율을 보이고 분만에서 출하까지 일어나는 손실을 모두 합하면 무려 25~30%나 된다. 

이렇게 높은 자돈의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 분만 전,후의 관리에 집중하고 이유자돈의 초기 성장을 극대화 하는 사양관리와 영양적 솔루션을 찾아 과감히 투자해 볼 것을 제안한다. 

사진3) 건강한 모돈과 초기 성장 극대화

4) 규격돈 생산과 품질 개선

얼마 전 천안의 한 삼겹살 식당을 들러 주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있는 그 식당의 100미터 반경에만 약 10개의 삼겹살 식당들이 서로 경쟁을 할 만큼 치열한 요식업계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식당 주인은 먹어보지 않고 칼질만 해봐도 좋은 고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었는데 고기의 품질은 그날의 식당 매출과 단골손님을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좋은 고기가 나갔을 때 손님들의 반응은 고기가 떨어지기도 전에 추가 주문이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1인분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고기를 1인분만 먹는 것과 2인분 이상을 먹는 것은 매출과 회전율이 중요한 식당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게 된다. 식당 주인이 고기의 품질을 강조하는 말 속에는 어떤 고기를 받느냐에 따라 식당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농가들은 때가 되면 대충 골라서 빼는 돼지 한 마리가 그 식당 주인에게는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잠시 숙연해 졌다. 우수한 한돈의 품질을 만드는 일이 국내산의 소비를 늘리고 자급율을 높이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식당 주인의 절실함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사진4) 식당 주인과의 인터뷰

5) 시설과 환경 개선

양돈산업은 농업분야에서도 특히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고 지식과 정보가 생산성의 격차를 만들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최근 신축을 한 농장들은 시설 면에서 상당한 투자가 되어 있고 관리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과 완벽한 환경 제어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사료의 낭비를 줄이고 성장율을 개선하기 위한 자동 급이 급수 시스템,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의 피해를 이기기 위한 냉방 설비들, 환경 변화 스트레스에서 오는 질병과 폐사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환기 관리 시스템, 농장에서 일어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CCTV나 각종 환경 관리 센서, 스마트폰을 통해 농장주에게 전송되는 각종 사육 정보 데이터 시스템 등 양돈장에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 발전되고 가속도를 더해 가는 시대이다.

물론 환경 개선은 돼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목적뿐만이 아니라 동물의 복지나 냄새 저감을 통한 민원문제 해결이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양돈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다.

앞으로의 위기와 기회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 보고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시설과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우선 순위를 고려하여 효과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보자. 

사진5) 과감하고 효과적인 투자 계획 수립

맺으며

지금까지 한돈의 생산 동향을 통해 단기적인 시장의 변화에 대해 부분적인 예측을 해 보고 그에 기초하여 향후의 농장 경영 관리 방안에 대한 키워드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정리해 보았다.

한돈산업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위기 상황과 큰 기회가 동시에 가로놓여 있는 시기이다. 역대급 폭염을 지나고 맞이하는 올 가을이 주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가 있다 해도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스스로 어디쯤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늘 갈림길과 마주 서서 어느 쪽으로 갈 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은 또한 각자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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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텐츠는 월간한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