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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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과 이카루스의 날개"

 

 

㈜카길애그리퓨리나 양돈마케팅 이일석 이사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동시에 전국적인 축제와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달이다. 본격적인 행락철 분위기에 봄 상추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니 삼겹살을 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돼지고기는 그러한 계절적인 소비 성수기에 들어서 있지만 요즘 농가들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돈가로 인해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돈육이 부족해질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향후 돈가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ASF 확산과 함께 전세계 돈육 생산국들은 매우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외부적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ASF는 대부분 한돈산업 전체에 위기와 기회라는 극명한 두 얼굴의 모습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돈산업이 맞닥뜨릴 위기와 기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지 고민해 보도록 하자.

1. 태양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녹인다.

전세계적으로 돼지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소식은 아마도 긍정적인 쪽으로 풀이해 볼 수 있고 많은 농가들은 한돈의 새로운 전성기가 금세 다가올 것이라는 장밋빛 상상을 하기 쉽다.

ASF가 국내에 발병하지 않는다면 과연 대박일까? 하지만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ASF가 국내에 발병하든 하지 않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큰 문제가 가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ASF는 근본적으로 수입 돈육이 줄어들어 국내산 돼지고기의 자급율이 늘어나고 돈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보여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거꾸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아래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을 보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높은 돈가는 돈육의 소비 증가를 제한하고 가성비 높은 수입육뿐만 아니라 닭고기나 쇠고기 등 다른 대체육의 소비를 촉진시켜 왔다.

쇠고기와 닭고기는 지난 10년간 50% 전후의 성장율을 보여왔지만 돼지고기 소비량에서의 성장은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맛에 대한 선호도 역시 잃게 된다는 의미다.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더구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와 동물복지, 친환경, 건강 지향 등 윤리적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비건’ 문화도 확산되는 추세다.

즉, 돈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은 곧 한돈산업 전체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출처 : 헬로네이처, 고기의 맛 재현해 낸 식물성 대체육 '비욘드미트'

지난 몇 년간의 높았던 돈가는 국민 전체의 육류 소비의 증가에 힘 입어 나타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채식주의나 비건 문화가 다시 확산되고 있고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되는 상황을 볼 때 상대적으로 높은 돈가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이제 소비자와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돈가에 대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다가 역공을 당할 경우 한돈 시장을 잃어 버리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태양을 향해 날아 오르던 이카루스는 자신의 날개가 녹는다는 것을 잊어 버렸고 결국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되새겨야 한다.

2.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바다를 건너는 한돈농가들은 폭우가 내려 날개가 무거워지면 금새 지쳐버린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부의 조건들은 모두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농가들이 그러한 변화를 이겨낼 만큼 충분히 건강한 날개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돈농가들이 갖고 있는 날개는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농가들은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 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분뇨와 악취 민원 문제 해결, 한국형 동물 복지 구현, 미허가 축사와 밀집 사육 문제, 심각한 인력난과 2세 승계, 끊임없는 질병과 높은 폐사율, 한돈의 품질 차별화 등이 그것이다.

사진) 한돈농가들의 당면 과제들

만일 위의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각론으로 들어가려면 수백 장의 지면이 할애되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화시켜서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건강한 농장’을 만드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들이다.

왜 그럴까? ‘건강한 농장’은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위의 과제들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결하거나 농장의 ‘건강한 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돈의 품질 차별화가 주로 신선도에 있었다면 규격과 맛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돼지의 유전력에 걸맞게 잘 키운 건강한 한돈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병 치레를 하거나 밀사나 영양 부족으로 제때 크지 못한 경우는 고기의 맛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사 치료와 과다한 백신 접종 등으로 이상육도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한 다양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한돈농가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어야 가능해지고 그것은 건강한 농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한돈농가들이 건강해지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초기 성장 불량과 이유 후 15%에 달하는 높은 폐사율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돈팜스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자수에 초점을 맞춘 다산성 모돈의 도입이 증가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관리가 뒷받침 되지 못하여 오히려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돈농가들의 성적은 해마다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표) 한돈팜스 연도별 성적 변화

근본적으로 한돈농가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자돈 구간의 폐사율을 줄이는데 높은 기회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러한 문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과거 중세유럽이나 아시아의 영아, 어린이 사망률은 엄청나서 불과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많게는 3분의 1이 죽기도 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영아 사망률은 급격하게 낮아지기 시작했고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높은 사망률을 보여주었던 장티푸스 감염율과 사망율은 드라마틱하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장티푸스를 치료하는 약은 1950년이 다 되어서야 개발이 되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거의 사망률이 제로에 가까워져 있었고 치료약은 뒷북을 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출처 : The Cruel Deception, Dr Robert Sharpe, 1988

비단 장티푸스뿐만이 아니라 홍역, 결핵 등 무수히 많은 질병들이 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여 주었고 현저한 사망률의 감소는 모두 항생제나 백신의 개발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그렇다면 어째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그렇게 큰 변화를 만들게 되었을 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림) 20세기 영아 사망률의 감소

그래프에서 인용된 영국의 의학자, 로버트 샤프 박사는 The Cruel Deception(잔혹한 속임수)라는 저서에서 영아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했던 이유는 바로 아래의 3가지가 가장 직접적인 결과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 깨끗한 물(Access to clean fresh water supplies), 

 소독 및 위생(Improved sanitation & personal hygiene)

 우수한 영양(Access to better nutrition)

우리나라는 많이 낳고 많이 죽이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전형적인 후진국형 양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영아 사망률의 감소 원인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였다면 이제 한돈농가들은 많은 항생제를 처치하고 백신 접종을 해 오면서도 어째서 자돈 구간의 폐사율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바로 위 3가지 관점에서 찾아야 하고 어떻게 그것들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맺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ASF 확산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고돈가가 예상되고 있고 돈육의 부족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돈산업은 현재 두 가지 잠재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ASF의 발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소비자의 외면이다.

지나치게 높은 돈가는 이카루스의 패러독스와 같이 한돈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게 되거나 다양한 대체육과 식물성 대체육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싸기만 한 한돈을 외면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한돈의 추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때 한돈 농가들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한 방역과 함께 건강한 농장을 만들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별화된 한돈의 가치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한돈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이카루스의 날개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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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텐츠는 월간한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