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시장

인사이트줌

 Hog Market Insight zoom

한돈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유통사업부 김정호 부장

 

1. 들어가며

지난 달 초 강원도 영월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병하면서 질병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최근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도축장이나 육가공업체들의 작업이 중단되면서 축산물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농가들의 출하에도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돈농가들의 돼지를 구매하여 유통업체들에게 연결해 주는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들은 처리하기가 쉽지 않고 늘 긴장 속에서 일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돼지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양돈농가와 유통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뒤바뀌고 서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려는 둘 사이에서 문제를 조정하는 일은 늘 어려운 숙제이다.

더 큰 문제는 양돈 농가들이 키워주는 돼지의 규격도 들쑥날쑥이지만 도체품질도 과거에 비해 자꾸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육가공업체의 날 선 불만이 이해가 되고도 남지만 내가 직접 돼지를 키우지 않으니 해당 농가에 돼지를 잘 좀 키워달라고 대신 부탁하는 수 밖에 없어 답답할 노릇이다.

농가 역시 돼지 품질 개선 노력을 더 필요로 하지만 소비자인 유통업체가 원하는 돼지 품질 기준에 맞는 도체 정산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현재 돼지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법도 연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 고에서는 우리나라 돼지 품질의 문제가 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지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본론

가. 다산성 모돈과 돈육의 품질 문제

국내 양돈농가들은 해외 양돈 선진국의 높은 산자수를 보며 다산성 모돈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높아졌다. 산자수가 증가하면 출하두수도 늘어 농장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계산을 했지만 다산성 모돈 도입의 단점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즉, 다들 잘 알고 있다시피 높은 산자수와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허약자돈들과 폐사율, 그리고 출하일령 지연에 따른 밀사의 악순환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유전적으로도 등지방이 얇은데다 환경 적응력이 약해 잦은 병치레를 한 비육돈들의 품질이 좋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고 농가에서는 주사 치료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화농과 이상육 문제가 쉽사리 개선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균일도가 떨어지니 돈사 회전율도 나빠져 출하를 앞둔 비육돈들의 규격을 맞추기 위한 선별도 쉽지 않게 되고 제대로 크지 못한 돼지들의 등지방도 형성될 리 만무하다.

<그래프1>의 도체 등급 분석에서 보는 것처럼 체중 균일도도 안 좋을 뿐더러 절반 이상이 20mm도 안되는 등지방 낮은 개체로 인해 근내 지방도도 떨어지고 고기 맛도 좋지 않은 경우가 증가되고 있다.

<그래프1> 도체 등급 분석

결국 제대로 크지 못한 돼지 도체에서는 아래 그림2)에서 보는 것과 같은 불량 삼겹살이 많아지고 소비자가 국내산을 외면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최근 국내산 돼지에 대한 가성비가 낮고 수입육에 대한 시장 잠식 우려가 커지면서 농가들의 규격돈 출하 의지도 개선되어 출하등급 출현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2018년 63.8%에서 2020년 66.1%로 불과 2.3% 개선된 수준이고 아직까지 3마리 중 1마리는 외면당하는 불량품인 셈이다.  

<사진1> 두께가 얇은 불량 삼겹살

나. 급변하는 소비 패턴과 경매시장 위축

최근 COVID-19로 인하여 국내산 돈육 소비 문화가 급변하고 있고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외식의 수요가 줄고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어 밀키트(Meal-Kit)와 HMR(가정간편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간편식은 수입육을 사용하였으나 최근 국내산 돈육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마켓컬리, 쿠팡, SSG과 같은 온라인 시장은 국내산 돈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급변하고 있는 소비 패턴에 따라 농장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농장의 생산에 관여된 PSY, MSY가 무엇인지 그리고 돼지고기가 어떤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 소비자는 오로지 맛 좋고 품질이 우수한 고기를 구입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1인당 돈육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서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한돈이 설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돼지 경매시장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심각성을 더하는 문제다.

대부분 경매를 통해 거래가 되고 있는 소의 등급판정 방식은 육질에 따라 5단계(1++,1+,1,2,3)로, 육량에 따라 3단계(A, B, C)로 나누어지며 총 16개(등외 포함)의 등급 중 하나의 등급을 판정 받게 된다. 이러한 세부적인 등급판정으로 등급에 따라 측정되는 단가가 상이하며 등급이 높을 수록 고단가가 형성되기에 농가에서도 높은 등급을 출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출하 부분에서도 육가공업체가 아닌 경매 출하를 선호하고 있어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그래프2> 국내 1인당 돈육 소비량

<표1> 쇠고기 부분육 경락가격

<표1>의 경락가격 비교표에서 보듯이 소는 각 등급별 판정단가가 다르며 부분육 또한 단가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돼지의 경우 육질이나 육량에 상관없이 체중과 등지방으로만 등급을 산정하며 등급별 단가가 아닌 전국 평균단가로 정산하고 등급에 상관없이 부분육 단가가 형성되고 있다.

향후 등급에 대한 기준을 재설정하고 등급별로 판매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돼지 경매시장도 소 경매시장과 같이 활성화될 수 있고 단가에 대한 기준도 확립되어 농가와 육가공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표2> 돼지고기 도매가격

다. 돼지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출하는 최종 상품을 만들고 상품의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이다. 농가들이 번식돈 마리당 출하두수만 늘리기 위해서만 집중하지 말고 비육돈을 건강하게 키우고 출하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신경을 써야만 한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돈의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흑돼지나 버크셔 등으로 품종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의 백색돈으로도 제대로 잘 키워낸다면 얼마든지 맛있고 가성비를 높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돼지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가에서 필수적으로 관리해 주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아래에 정리해 보겠다.

1) 초유 관리 강화 : 다산성 모돈이 낳은 자돈들은 기존보다 허약하고 분만 시간이 길어져 초유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산자수만 좋았지 나머지 모든 성장 지표들은 거꾸로 가게 되고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된다. 따라서 건강한 초기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초유 먹이기에 신경을 써야만 효과적으로 다른 나머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초유를 많이 먹은 자돈들은 생존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이유체중의 균일도도 높아져서 출하돈의 체중 균일도 역시 개선될 수 있다. 게다가 초유를 통한 질병 저항력도 강해져서 호흡기 질병이나 성장 정체 문제도 줄어들어 좋은 품질의 고기를 생산해 줄 수 있다.

2) 시설 환경 개선 : 돼지가 건강하게 잘 크려면 농장의 시설과 환경을 지금보다 개선해야만 가능해 진다. 대부분 시설이 열악한 농장에서는 돼지가 안 크고 품질이 나쁜 이유가 너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출하체중이나 등지방이 정상적으로 안 나오고 겨울엔 호흡기 심해 돼지 체중이 들쑥날쑥 거린다. 항생제도 써야 하고 주사 치료도 많아지기 때문에 돼지고기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환기 관리가 안되어 가스가 많은 축사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돼지는 등지방 형성도 안되고 육질에서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돼지는 최종 상품에서도 냄새가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원인이 된다.

3) 정액의 선택 : 등지방이 얇은 다산성 모돈이 늘고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 앞서 언급한 질병 문제, 성장 정체와 밀사 문제 등으로 출하돈의 품질이 계속하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전적 개량의 단점에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산성 모돈의 잇점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그만큼 높은 수준의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웅돈이나 정액에서 오는 부계의 유전력은 비육돈의 성장율과 등지방에 매우 높은 수준의 상관성을 갖고 있으므로 등지방이 얇은 모돈에게는 상대적으로 등지방이 높은 부계의 정액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비육돈의 성장율도 좋아지고 육질도 개선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부계 웅돈의 유전력을 확인하여 교배에 적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4) 출하돈사의 활용 : 잘 알다시피 육가공업체가 원하는 적정 범위의 출하 체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선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별도의 선별 시설과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며 그에 대한 인센티브는 추가 수익이 되기 때문에 돼지를 키우는 자격이자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별도의 출하돈 선별을 위한 돈사 또는 돈방을 설치하는 것은 적정 체중에 맞는 돼지를 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출하 전 12시간 절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농가들은 밀사가 되고 선별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사육두수에 집착하는 지나친 욕심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유가 없이 수세나 소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돼지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돼지가 건강하게 크기를 기대하는 농장주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얻게 될 뿐이다. 모돈을 적정 규모에 맞게 줄이게 되면 분만사 여유도 많아져서 이유 일령도 더 가져갈 수 있고 출하일령도 당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사육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여름철 출하가 밀려 체중 선별은 고사하고 절식도 하지 않고 돈방 떨이를 하는 농장은 다름 아닌 한돈 품질에 찬물을 끼얹는 민폐 중에 큰 민폐가 된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5) 암수의 분리 사육 : 암수 분리 사육은 사료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심도 있게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암수가 요구하는 영양 수준이 다르고 한 곳에서 같이 키우게 되면 섭취 경쟁에서도 차이가 많이 생겨서 문제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체중에 출하를 해야 할 암컷은 작은 체중에 출하가 되고 더 낮은 체중에 출하되어야 할 거세돈은 너무 높은 체중에 출하하게 되어 등급 판정에서도 불리하지만 육가공업체가 원하는 품질의 돼지와도 한참 거리가 멀어지는 요인이 된다. 암수를 한 돈방에 같이 키우는 것보다는 분리해서 사육하게 되면 높은 출하등급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돈방 회전율이 높아져서 여러 모로 유리한 면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사진2> 우수한 한돈 품질

3.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내탓 보다는 남의 탓을 하고 외부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적이 나쁜 농장일수록 그 원인을 사료 탓이나 종돈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돼지를 가져가 주는 육가공업체가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당장의 돈벌이 추구는 될 지 언정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서서히 좀 먹어 들어가는 민폐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해외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료가격 인상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농장 운영에 큰 위험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계속되는 COVID-19 이슈로 외식 소비가 감소되고, 하부위의 적체가 심화되면 육가공업체들의 운영도 어려워지고 농가에까지 문제를 키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양돈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환경에서 농장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한돈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실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점검을 통하여 문제 요인을 바로 잡고 잠식해 오고 있는 수입육에 경쟁하여 소비자에게 한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한돈인을 응원합니다!

이 컨텐츠는 월간한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