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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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산비를

낮출 것인가?"

 

 

카길애그리퓨리나 양돈 마케팅 이사 이일석 

 

우리나라는 일제 해방 직후부터 60년대 초반까지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보릿고개 시절을 보냈다. 보릿고개는 가을에 추수한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이듬해 여름 햇보리가 여물지 않은 4~5월로 먹을 게 없어 초근목피로 때워야 했었던 가장 어려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논밭을 갈고 모내기를 해야 하는 시기에 허기진 몸으로 일을 해야 했을 부모 세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왜 죽을 둥 살 둥, 일만 하며 사셔야 했는지 한편 이해가 된다.

양돈사업도 최근 6개월 가까이 보릿고개를 넘기는 것처럼 힘든 시기를 견뎌 내고 있다. 

과거 보릿고개라 일컫던 4월부터는 농가들 입장에서 볼 때 돈가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성수기로 따뜻한 봄이 주는 행복감이 높아져 가는 시기이다.

그러나 지난 해 급증하기 시작한 수입육은 가성비를 무기로 계속해서 한돈농가들의 목을 조여 오고 있는데다 환경 민원과 정부 규제는 자꾸 더 강화되고 생산성과 한돈 품질은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저돈가에서는 농장주나 양돈 전문가들은 생산비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어려우니까 뭘 자꾸 줄여보겠다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과도한 지출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저돈가 시기가 여러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지배적으로 나타났었다. 그런데 문제는 생산비를 줄인다는 것이 낭비되는 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산에 필요한 요소를 줄이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후보돈을 입식하지 않거나 노산돈을 계속 사용하면서 모돈을 줄이고 사료를 싼 걸 찾거나 분뇨처리를 미루어 당장의 지출을 줄이는 식이었다.

주식도 바닥장에서 사야 하고 천장에서 파는 것이 기본 원리인데 농가들은 지금까지 당장의 어려움만 벗어나기 위한 근시안적인 의사 결정을 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의사 결정은 결국 일시적인 지출은 줄일 수 있었지만 이후 농장의 생산성은 엉망이 되고 질병만 더 크게 키우면서 나중에 돈가가 올라가도 팔 돼지가 없어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일이 허다했으니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자초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본 고에서는 농가에서 향후 저돈가를 대비하기 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높은 생산성은 고정비를 낮춘다.

 

양돈 사업은 장치 사업이고 많은 돈이 시설에 투입된다. 돼지 출하가 없을 때도 공장의 생산 설비와 같은 모돈의 관리, 인건비와 시설비 등에 고정적인 비용이 지출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 농가들의 비육돈(생체 115kg) 마리당 생산비에 대해 2017년 통계청 자료를 참고하여 분석해 보면 다음 표에서 보는 것과 같다.

표) 한돈농가들의 생산비(지육 kg당)

다시 말해 한돈농가들의 지육 kg당 평균 생산비는 3,897원으로 이중에서 변동비는 2,133원이고 고정비는 1,763원이다. 돼지 한 마리를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총 생산비 중에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5%에 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한돈팜스가 분석한 규모별 MSY 성적을 적용할 경우 모돈 두당 연간 고정비(두당 고정비 X MSY)는 2,742,980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정비는 출하두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고정적으로 들어가야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두당 생산 원가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만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을 줄여서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생산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 원가를 더 올릴 뿐만 아니라 차후의 기회 수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볼 때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질병을 줄이고 건강한 농장을 만드는 것이 생산비를 낮추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2. 생산비를 낮추는 다양한 방법들

필자는 예전에 유럽에서 PSY 35두를 달성하는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워낙 돈가가 낮아서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거의 없는 상황 하에서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농장주를 보며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분뇨 발생량을 줄인다고 심지어 모돈에게 음수도 제한하고 전기 비용을 아낀다고 조명 시간도 동물복지 기준을 어겨가면서 14시간만 실시하고 있는 농장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모돈 600두가 넘는 농장을 단 2명이 관리하면서 PSY 35두를 만들어 내는데도 불구하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더 이상 불가능한 비용 절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힘들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아직 생산성에 대한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낭비 요인은 찾아내어 개선하고 그 중 가장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료비에 대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일반적으로 사료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본다면 그냥 저가 사료를 쓰는 것이 비용 절감을 하는데 손쉬운 방법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료의 품질은 돼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특히나 질병이 있고 문제가 빈번한 우리나라의 사육 조건 하에서 수시로 변하는 수입 원료의 품질과 그에 대한 배합사료업체 마다 품질 관리 수준이나 원재료비 투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줄 때가 있다.

그림) 사료 영양과 돼지의 성장

그렇다면 농장에서 사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 지 몇 가지 강조해 보겠다.

1) 영양적으로 우수한 자돈 사료가 필요하다.

첫째, 갓난돼지 사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갓난돼지 사료가 비싸다고 해서 단순히 적게 쓰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갓난돼지 사료는 일령이 아닌 체중에 따라서 적용이 되어야 한다.

만일 생시체중이나 이유체중이 작았다면 갓난돼지 사료의 급여 일령이 늘어나고 사료에 대한 돼지의 적응력도 크게 떨어지고 성장 잠재력도 극대화 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자돈 구간에서 다양한 이유로 성장 정체를 겪거나 젖먹이 교체 시 문제가 발생하다 보면 농가들은 갓난돼지 사료를 더 오래 급여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갓난돼지 사료 사용 비율이 1% 늘어날 때 마다 농장에서 Kg당 평균사료단가는 10원 이상 증가되고 급여 일령으로 치면 1주일 늘어날 경우 Kg당 15원 전, 후의 농장 사료단가가 상승할 수 있다.

표) 갓난돼지 사용 비율에 따른 농장 평균 사료단가 변화

따라서 갓난돼지의 초기 관리에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갓난돼지 사료 급여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유도하는데 중요하며 소화 기능이 약한 초기 자돈들에게 기호성이 좋고 소화율이 우수한 사료를 공급하는 것은 전체 사료비를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2) 사료의 선도를 잘 관리해 주어라.

이제 기온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돈사 내부 온도도 높아지는 시기이다. 많은 농장에서 사료빈을 비우기 위해 정확한 재고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고 기존 사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사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사료빈 내에서 사료가 공급되는 순서는 기존에 남아 있던 사료가 먼저 공급되지 않는 구조로 오랫동안 사료빈 내부에 들러붙어서 부패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게 부패된 사료는 그 양이 많지 않더라도 돼지에게 공급되었을 때 섭취량을 떨어뜨리거나 곰팡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와 면역 공백이 생겨 질병에도 더 취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사료빈의 수시 확인과 빈 비우기를 통해 더워지는 시기를 잘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사진) 사료빈에서 떨어진 부패 사료

또한 급이기에서 사료가 허실되는 양도 만만찮다. 성능이 우수한 급이기를 선택하는 것은 사료 허실을 방지하고 선도가 높은 사료를 공급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나 소화율을 높이기 위해 가공 원료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면서 양돈용 급이기의 기능이나 관리가 어려운 경우 사료의 선도 관리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따라서 사료와 음수가 분리되고 흐름 조절이 용이한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사진) 양호하게 관리되는 급이기

사료의 허실도 문제지만 워터컵과 같은 급수장치에 떨어진 사료는 물을 오염시키고 음수량을 저해하게 된다. 사료 섭취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성장 지연이 일어나는 농장에서는 음수 장치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 급수 장치에서 부패 오염된 사료

3) 노산모돈의 도태 갱신을 강화하라.

혹자는 모돈을 8산 이상 오랫동안 사용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가들의 전산 성적을 기초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그 결과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럽의 경우도 국가 전체 모돈 갱신율이 50%를 넘긴 지 오래되었을 만큼 노산돈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렇듯 산차는 번식돈군의 전체적인 면역 수준과 생산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자돈부터 비육돈까지 성장율이나 균일도, 폐사율까지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산돈에서 생산된 자돈은 허약하고 면역 저하로 이어져 질병 감염의 기회가 높아지게 되어 높은 폐사율과 함께 사료효율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래프) 산차별 PSY 성적(모돈 136,609복 분석 결과)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카길의 스마트돈컴 전산 입력 농가의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의 모돈 136,609복에 대한 산차별 성적을 분석해 본 결과 6산 이후 PSY 성적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우수한 모돈도 우리나라의 사양관리 환경 하에서 6산이 넘어가게 되면 기대 수준의 성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강한 적정 산차를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돈군을 유지하여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고 출하일령을 앞당기며 좋은 사료효율을 달성하여 생산비를 절감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사진5) 노산 모돈의 과감한 도태

[마무리하며]

한돈농가들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대략 5개월 가량 생산비를 건지기 힘든 상황에 놓여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본격적인 봄의 성수기를 맞으면서 돈가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수입육의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농가들은 지속적인 도전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돼지고기의 주요 수출국인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온 곡물가격 하락과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에 힘 입어서 돈육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돈가 하락으로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오고 있다.

따라서 한돈농가들이 과거처럼 고돈가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이제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입 돈육을 이겨낼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몇 가지 주요 내용들 이외에도 생산성을 높이고 돼지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모든 관리 노력은 생산비를 줄이는데 기여하며 동시에 높은 매출 회전을 통해 수익의 기회를 높여줄 것이다.

한돈농가들이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고 농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법임을 이해하여 3500원 이하의 지육가격에서도 무난히 경영을 하기 위한 생산성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여 나갈 것을 바란다.

 

지속가능한 양돈을 만드는

한돈인을 응원합니다!

이 컨텐츠는 양돈위생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