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시장

인사이트줌

 Hog Market Insight zoom

양질의 프리미엄 대용유,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카길애그리퓨리나 양돈판매부장 김광수
 

< 들어가며 >

 

전 세계적으로 물가는 급등하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에 빠져들었다. 경기가 나빠져 월급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히려 비싸지는 총체적 난국이다. 양돈 농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속적인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줄어들고 간신히 돈가에 의존해 버티는 형국이다 보니 돈가가 조금만 떨어지는 기색을 보여도 간이 오그라드는 농가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비육돈 두당 사료비만 2년 전에 비해 약 100,000원 가량 상승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8월까지 돈가는 평균 5,204원으로 이전 3년간의 동기간 평균인 4,215원에 비해 23.5% 상승하여 높아진 생산비를 상쇄시켜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상하위 농가들 간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며 위기와 기회의 간격을 더욱 크게 벌려 놓고 있다. 누군가는 당장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좀 더 긴 안목으로 투자를 고민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농가들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상황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외부 상황에 대해 어떤 대응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를 고민해 보는 것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 본문 >

 

다산성 모돈이 도입되기 시작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양돈농가들의 PSY는 3.8두, MSY는 1.8두 성장하였다. 양적인 증가를 보더라도 매우 더딘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은 거의 정체하거나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 전, 이유 후의 자돈 폐사율은 산자수가 늘어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악화되고 200일 가까운 출하일령도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빈약한 농가들의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과거에 비해 빈약해진 초기 자돈의 성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그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필자는 최근 21개의 농장에서 갓난돼지 비교 사양시험을 통해 이유자돈 체중 데이터를 얻었다. 이유일령 평균은 26일령 가량이었고 전체 이유자돈 중에서 7kg 미만의 자돈이 무려 60%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5kg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25%에 달하여 농가들의 초기 성장에 대한 투자 노력과 관심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거에 21일령 목표 체중을 6.5~7kg으로 기대한 것에 비한다면 26일령의 이유자돈들 체중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빈약한 수준이라고 판단되었다.

 

 

이제 위 체중측정 결과는 농가들이 높은 폐사율과 밀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유두수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빈약한 자돈들은 농장에 수익을 가져다주기가 어렵다. 높은 비율의 저체중 자돈들은 높은 폐사율, 출하일령 지연, 약품비와 노동력 증가, 사료효율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나 모든 생산성 지표를 악화시키게 되는 법이다.

 

이유체중이 나빠지는 원인은 대다수 농장들의 산자수가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저체중으로 태어난 자돈들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는 반면 관리 수준은 뒤따라주지 못하는데 있다. 즉, 산자수에 맞지 않는 모돈 젖꼭지 수의 제한, 과거나 다름없는 모돈의 갱신율로 인한 포유능력의 제한, 인력 부족과 워라밸 추구로 인한 섬세한 분만 관리의 제한 등 오히려 제약 조건은 더 많아진 탓이다. 결국 대다수 농가에서 종돈만 바뀌었을 뿐 그에 맞는 사양관리는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는 캐나다 유럽 등 양돈 선진국의 종돈을 수입하여 쓰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이유 전 폐사율만 놓고 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약 1/3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저런 조건의 차이들이 존재하고 핑계거리는 많겠지만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 비유해 볼 때 “똑같은 참고서를 사줬는데 왜 유독 우리 아이만 공부를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아쉬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양돈 선진국의 경우 자돈들이 사용 가능한 젖꼭지 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다산성 모돈의 젖꼭지는 14-16개 정도로 뒷 젖은 위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젖꼭지의 수는 11-12개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새끼를 붙여 포유하게 된다면 두당 섭취하게 되는 젖의 양이 부족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양돈농가들은 일찌감치 대용유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고 대용유의 품질과 급이 시스템에서 많은 연구와 진전이 있었다. 품질이 우수한 대용유를 신선하게 자주 공급해줌으로써 앞서 말한 다양한 제약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높아진 산자수로 인해 대리모의 필요성이 커지고 생후 1주일이나 10일령 미만의 자돈을 조기 이유 시켜야 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대용유만으로도 정상적인 이유체중을 가능케 하는 대용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였고 적절한 대용유 급이 시설과 양질의 대용유를 잘 선택한다면 높은 산자수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의 일반 사료업체들에서 제조하는 대용유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다 보니 유럽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국내에서 제조 판매되는 대용유에 비하여 가격이 매우 높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대용유의 품질은 중요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산 모돈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어서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우수한 대용유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산자수는 늘고 생시체중이 작아지면서 프리미엄 대용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대용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더욱 선별된 원료 사용과 더불어 새로운 제조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으므로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건강한 이유체중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돈농가들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많은 농가들에서 7주령 체중을 측정해 보면 이유체중 결과에서 보는 것처럼 15kg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퓨리나사료는 7주령에 평균 두당 17kg를 기준으로 두고 관리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과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느 정도 노력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도표) 이유체중, 이유 후 1주간 ADG, 7주령 체중의 상관관계

7주령 체중이 17kg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25일령 기준 이유체중 7kg, 이유 후 1주일간의 일당증체량(ADG)을 적어도 250g 이상 만들어 내야 가능하다.

15두 이상의 산자수를 가진 농장에서 양질의 대용유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히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7주령 체중 1kg의 차이는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 않을 지 모르지만 실제 출하체중에서 6kg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같은 시설에서 출하체중을 6kg 더 높일 수 있다면 두당 매출액을 2만원 이상, 두당 수익은 1만원 이상도 개선할 수 있는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게다가 출하일령의 단축은 사료효율, 돈사 회전율, 분뇨 처리 비용 등 다양한 면에서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아마도 이러한 초기 성장 문제에 대한 투자를 아끼는 것이야 말 것 돈이 쉽게 들어오는 곳을 틀어 막게 되는 가장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맺으며 >

돈가는 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1년의 절반인 4~9월까지는 비교적 생산비 이상의 고돈가를 보이지만 나머지 절반의 시기는 대부분 생산비 이하의 돈가로 인해 매달 빠져나가는 사료값과 약값, 인건비가 커 보인다. 그러나 양돈사업에서 수익을 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바로 지금부터 태어난 자돈들은 6개월 후 출하되고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금싸라기 자돈들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자돈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잠시 주춤거리는 돈가에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여전히 아마추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매주 이유하는 자돈들이 7kg 이상 도달하는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은 내년의 수익을 위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